[NIE(신문활용교육)] 현대인들 물질적 풍요에도 행복하지 못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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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며 전력질주하는 현대사회, 현실에 만족하다간 도태될까 불안
남 의식하고 과시하며 행복감 느껴

■기출문제

제시문 〈가〉, 〈나〉의 논지를 이용하여 〈다〉의 현상을 분석하고, 〈라〉의 입장에서 〈다〉를 평가하라.(1300∼1500자)

〈2013학년도 서강대학교 인문계·영미문화계·EU문화계·동아시아문화계 논술 변형〉

〈가〉
타인의 존경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나 권력을 그저 획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나 권력은 타인에게 증거로써 드러나는 한에서만 존경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중략…

자기 보존 본능을 제외하고는 경쟁적인 비교 성향은 아마도 가장 강하고 지속적인 경제적 동기일 것이다. 산업사회에서는 경쟁적인 비교 성향이 부의 경쟁으로 표현된다. 이는 최소한 서구 문명사회만 두고 보아도 과시적 낭비의 어떤 형태로 표현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가장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된다면, 과시적 낭비 욕구는 사회의 산업 효율성 혹은 재화 산출의 증가를 모두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토스타인 베블렌, ‘유한계급론’

〈나〉 가장 이상스러운 것은, 그들 주변의 나무나 여타 것들의 위치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들은 아무것도 지나쳐 갈 수 없는 듯 보였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건가?’ 앨리스는 갈수록 궁금증이 더했다. 그러자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레드 퀸(Red Queen)이 소리쳤다.

“더 빨리 뛰어! 말할 시간이 어디 있어!”

…중략…

앨리스는 주위를 둘러보고 놀랐다.

“참 이상타. 우린 내내 이 나무 아래 있었다는 말이야? 모든 것이 이전과 똑같잖아!”

“물론이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거야?” 레드퀸이 말했다.

“그렇지만, 내가 사는 나라에서는…” 여전히 숨가빠하면서 앨리스가 말했다. “우리처럼 만일 누가 그렇게 한참을 빨리 달렸다면 보통은 다른 어딘가로 가게 되는데.”

“느려빠진 나라로구나!” 레드퀸이 말했다. “자 이제, 네가 보듯이, 여기서는 단지 같은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 너는 온힘을 다해 달려야 해.”

-루이스 캐롤, ‘거울 나라의 앨리스’

〈다〉 귀족제도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부유층이 그들의 풍요함에 익숙하듯이 일반 평민들도 자신들의 가난에 익숙해진다. 부유층은 물질적 안락을 별로 노력 없이 누리기 때문에 그것에 크게 집착하지 않으며, 평민들도 자신들의 물질적 불편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안락은 막상 얻을 방도도 없거니와 애초에 그런 것을 바랄 만큼 충분히 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신분적 위계질서가 모호해지고 특권이 철폐될 때, 세습가산(世襲家産)들이 작게 나뉘고 교육과 자유가 사회 내에 퍼져갈 때, 가난한 평민들은 안락을 열망하게 되고 부유층은 그것을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한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중간 소득계층이 형성되었다. 이들은 물질적 안락의 맛을 알기에 필요한 만큼의 부를 누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만족할 만큼은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은 물질적 안락을 노력없이 얻지 못하며 불안없이 즐기지 못한다. 따라서 이들은 자꾸 달아나버리려는 이 불완전하고도 귀중한 즐거움을 좇고 유지하는 일에 끊임없이 매달리게 된다.

…중략…

19세기 초반 미국 사회에서 나는 세계 최고의 행복한 여건을 갖춘, 가장 자유롭고도 잘 교육받은 시민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들의 미간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풍요로움 속에서도 그들은 잔뜩 심각하거나 슬픈 기색마저 띠고 있다. 사람들이 심각한 이유는 자신이 견뎌낸 지난 세월의 어려움에 대해 더 이상 기억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며, 슬픈 기색을 띠고 있는 이유는 자신이 성취할 뻔했지만 놓쳤던 것들에 대해 계속해서 곱씹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매우 열정적으로 자신의 번영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혹시 성공을 위한 지름길을 놓치지 않았을까 하는 조바심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후략…

-알렉시스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라〉 우리는 행복이 모든 좋음(善)들 가운데 가장 선택할 만한 것이라 보지만, 좋음들 가운데 하나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완전하고 자족적인 어떤 것으로서, 행위를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의 목표이다. 우리는 행복을 탁월성(德)에 따른 영혼의 활동이라 규정할 수 있다.

…중략…

이 활동은 관조(觀照)적인 활동이다. 이것은 활동 가운데서도 최고의 활동이다. 왜냐하면 우리 안에 있는 것들 중 지성이 최고이며, 지성이 상대하는 대상 또한 앎의 대상들 중 최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활동이 가장 연속적이다. 우리는 어떤 것을 행위하는 것보다 더 연속적으로 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행복에는 즐거움이 섞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탁월성에 따르는 활동들 중 지혜에 따르는 활동이 가장 즐거운 것이다.

…중략…

따라서 관조가 지속되는 만큼 행복도 지속되며, 더 많이 관조하는 사람에게 행복도 더 많이 돌아가는 것이고, 우연에 따른 행복이 아니라 관조에 따른 행복이 더 많이 귀속되는 것이다. 관조는 그 자체로 영예로운 것이다. 따라서 행복은 어떤 종류의 관조일 것이다.

물론 행복한 자도 인간이라 외적인 유복함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관조를 위한 자족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며, 오히려 (관조를 하려면) 육체도 건강해야 하고 음식이나 여타의 보살핌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비록 외적인 좋음들이 없이 지극히 복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장차 행복하게 되기 위해 많고 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후략…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보기〉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아오던 ‘드라마계의 거목’ 김종학(62) PD가 23일 오전 경기도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연탄불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방에서 함께 발견된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씨는 지난 5월 SBS 드라마 ‘신의’ 출연료 미지급과 관련해 배임·횡령·사기 혐의로 피소, 지난달 2차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중국에 체류하던 김씨를 소환해 조사한 뒤 출국금지 조치했다.

…중략…

김씨는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거목이다. 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MBC에 PD로 입사한 그는 작품을 꿰뚫는 연출력과 뛰어난 현장 장악력이 돋보였다. 1981년 ‘수사반장’을 시작으로 ‘다산 정약용’(1983), ‘영웅시대’(1985), ‘인간시장’(1988) 등을 거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후략…

〈7월24일자 세계일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자살의 증가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특히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인, 심지어 전직 대통령 등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인사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스타 연출가의 죽음은 다시 한 번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행복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2013학년도 서강대 (인문계·영미문화계·EU문화계·동아시아문화계) 2번에서 출제된 문제이다. 서강대는 현재 1000자, 1500자 정도의 분량을 요구하는 두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두 문제이지만 제시문의 분량이 많아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독해하고, 제시문의 요지를 파악한 후 논술 답안을 작성하는데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논술 문제의 난이도는 함께 시험을 치르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논술의 평가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문제는 현대인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제시문을 통해 규명하고 이를 비판하는 것이다.

사람은 타인에게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기도 한다. 사진은 한 백화점의 명품 코너.
세계일보 자료사진
◆소비로 인정받고 싶은 심리


제시문 〈가〉는 논술 문제에 자주 출제되는 베블렌의 과시 소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다른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과시 욕구는 산업사회에서 생산되는 재화가 끊임없이 소비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제시문 〈나〉는 계속해서 달리지 않으면 현상태도 유지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앞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도 현재 위치를 유지하기도 힘든 것이 현대 산업사회 개인들의 모습이다. 〈가〉와 〈나〉의 관점을 통해 제시문 〈다〉의 내용을 비판할 수 있다.

신분제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신분에 어울리는 것 이상의 욕망을 추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욕망이 있더라도 절대적으로 규정된 신분 때문에 자신의 욕망이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신분제가 사라지고 누구나 노력을 하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19세기 초반의 미국인들은 행복하지 못하다. 미국인들은 외적 조건이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장서연 강남인강 인문논술강사·㈜C&A논술 고등부연구소장
〈가〉의 관점에서 미국인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을 과시해야 행복감을 느끼는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적 차원의 이기심과 욕구가 개인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나〉의 관점은 사회적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앞만 보고 달리고 경쟁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와 현실에 만족하고 여유있는 태도를 갖는 개인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열심히 노력해야만 자신의 지위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게 된다.

19세기 미국인들이 정치적 자유와 물질적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요인은 제시문 〈라〉의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제시문 〈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내용의 일부이다. 행복과 선(善)에 대한 이 내용은 2010학년도 고려대 논술에 유사한 내용이 출제된 적이 있다. 적절한 수준의 외적 조건을 갖추었을 경우 인간은 내면적 조건에 의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선(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며, 행복은 관조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 삶에 대한 관조가 지속되면 행복도 지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라〉의 관점에서 미국인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관조를 통해 행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라〉에 나타난 미국인들은 행복을 위한 정치적·경제적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외적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면적 관조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선(善)의 가장 중요한 최종 목표인 행복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을 위해서는 타인과의 비교나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과 인생 전체를 관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과 관조가 필요

한 개인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행위는 하나의 단순한 요인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이 불행을 느끼는 요인은 개인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서 나타난다. 김종학 PD의 죽음이 어떤 이유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개인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이 필요하다. 자신의 열악한 사회적 조건에 만족하면서 행복하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과 관조 역시 분명히 필요한 덕목이다. 성숙한 삶을 위한 내적 관조는 자신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장서연 강남인강 인문논술강사·㈜C&A논술 고등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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