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화가 김현정의 그림토크] 불안하고 무모했던 젊음 ‘내면아이’ 랄라 만난 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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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그렇듯 나도 한때는 젊음이 힘겨워 도망치듯 살았다. 지인들로부터 전화라도 받으면 어김없이 첫마디는 “현정아 어디야, 서울에 있는 거야”였다. 여행을 자주 다녀서도 그렇지만, 있어야 할 곳에 내가 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사람들이 알아주면 부담스럽고, 몰라주면 서운했다. 세상에 나왔지만 정작 어느 것 하나 준비된 것은 없었다.

언제나 나는 사람들과 흥겹게 놀았지만, 뒤 돌아서면 남모를 고독에 시달렸다. 하지만 혼자만의 고독은 더욱 싫었다. 시끌벅적 놀고 나면, 또 하루가 지났다. 나의 젊음을 내가 어찌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유치했지만 함께했던 친한 언니와 여동생들이 있어 행복했다. 우리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김현정의 ‘랄라 김현정’(니금지에 채색).
어느 날, 모임에서 들은 사막에서의 무용담은 나를 흔들었다. 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친구와 함께 무작정 자동차로 그랜드캐니언에 갔다. 애리조나 사막지대를 지나는 코스로 꼬박 16시간을 달렸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임대한 자동차와 지도 한 장으로 시작한 여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무모한 생각이 나왔는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말했던가. 가도 가도 집 한 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한밤중에 숙소를 못 찾아 사막에 차를 멈추고 노숙을 했다. 밤새 내 귀에 들렸던 것은 지쳐 곯아떨어진 친구의 숨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동물들의 발자국 소리였다. 차창 너머 느껴지는 바람은 공포감을 한층 더하였다. 정말이지 별빛에 물든 사막의 밤은 아름답고 무서웠다.

내가 몸소 겪은 사막은 나로 하여금 중세 교회의 은둔 수도자들이 사막을 사랑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게 했다. 여행을 마친 후, 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이 결국 나 자신을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20대 젊음을 힘겨워하고 불안해했을 뿐이었다.

머리와 마음으로 깨달았다고 나의 말과 행동이 바로 변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여러 번에 걸친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 나는 마음의 안식을 얻었다. 선배 연기자들의 명연기를 통해 겸손을 배웠고, 나 자신의 연기에서 인간의 삶도 새롭게 이해하였다. 지난날 내 눈에 가득했던 부조리한 세상은 사라졌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재능과 기회가 내게 있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나는 심리 상담을 통해 만난 나의 내면아이 ‘랄라’와 함께 나의 삶을 새롭게 시작했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이제는 지난날 막연했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사라졌다. 번뇌와 고통이 사라졌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를 조절하고 이겨낼 힘을 얻은 것 같다. 내면아이와 함께 성장하기로 마음을 먹은 후 나에게는 행복하고 감사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지금 나는 ‘랄라 김현정’으로 씩씩하게 세상을 살고 있다. 

김현정 www.kimhyunjungtal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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