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제목 바꾸니 관객이 몰리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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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더리퍼'·'맨오브라만차' 대표 사례..'헤이, 자나'는 도전중
"작품 업그레이드 병행해야 성공할 수 있어"

제목은 작품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관객이 접하는 첫 정보이기에 작품명은 흥행의 성패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제작사는 호감도 높은 제목을 찾으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초연에서 실패하면 제목을 바꿔 재공연에 나서며 심기일전하기도 한다.

실제 최근 공연된 뮤지컬 중에도 제목을 바꾸며 재도약에 성공한 작품이 여럿 있다. 옛 이미지를 벗고, 공연에 새로운 인상을 심기 위한 전략이 관객에게 통한 경우다.

◇"제목 바꾸자 '운명' 변했다" = 빅토리아 시대의 연쇄 살인범 잭의 비밀을 그린 '잭 더 리퍼'(9월29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는 이름을 바꿔 재기에 성공한 대표 뮤지컬로 꼽힌다.

2007년 체코 프라하에서 초연한 후 2009년 한국에 처음 소개될 당시 번역된 이름은 '살인마 잭'.

유니버설아트센터(1천82석)에서 야심 차게 개막해 70차례 공연을 했지만 초대관객을 포함한 평균객석점유율(이하 점유율)은 66%에 그쳤다.

'살인마'라는 단어가 품은 폭력적인 느낌이 작품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공연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듬해 재공연에서 제목을 '잭 더 리퍼'로 바꾸며 작품은 재도약했다. '리퍼'(Ripper)는 여전히 '찢어죽이는 자'란 뜻을 내포했다. 하지만 낯선 외국어는 단어가 가진 잔인한 뉘앙스를 희석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 점유율은 74%로 반등했다. 초연 극장보다 723석 많은 성남아트센터(43회 공연)에서 얻은 결과다.

이후 2011년 87%(충무아트홀, 1천200석, 60회), 2012년 77%(국립극장, 1천500석, 60회) 등을 기록하며 작품은 흥행을 이어갔다.

오는 연말 재공연을 앞둔 '맨오브라만차'도 제목을 바꾸고 '운명'이 변한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국내에도 이미 잘 알려진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따라서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는 2005년 국내 초연 당시 원제 대신 '돈키호테'를 제목으로 택했다. 익숙한 단어일수록 관객에게 더 쉽게 각인된다는 계산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점유율은 50%를 밑돌았고, 공연은 쓸쓸히 폐막했다.

반전은 2007년 찾아왔다. 작품의 제목을 영어제목 '맨오브라만차'를 되살리면서다.

객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던 공연은 점유율 90%(LG아트센터, 1103석)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샤롯데씨어터(1240석, 84%) 공연에서도 선전했다.

제작사 측은 "초연 당시 '돈키호테'라는 제목을 보고 가족극으로 오해하는 관객이 있었다"며 "낯선 지명인 '라 만차'(La Mancha)가 들어간 원제를 살려 이 같은 이미지를 불식한 점이 성공 요인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작품 업그레이드 병행돼야 성공 가능" = 제목은 작품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더라도 작품이 나아지지 않으면 결국 관객에게 외면받는다"게 제작사들의 전언.

실제 '잭더리퍼'의 경우 재공연에서 세 곡의 수록곡을 더 만든 데 이어 마술쇼를 접목한 퍼포먼스를 공연에 삽입하는 등 작품을 수정·보완해 호응을 얻었다.

'맨오브라만차'도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 조승우를 캐스팅하는데 성공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2009년 국내 초연)는 지난해 제목을 원제인 '리걸리 블론드'로 바꿔 다시 무대에 올렸지만 '아이돌 캐스팅 전략'에만 안주하면서 초연의 성공까지 되살리지는 못했다.

물론 제목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원제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원작자도 있고, 작품의 '맛'을 살릴 어휘를 찾는 일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자나, 돈트'(Zanna, Don't, 2009년 국내 초연)를 '헤이, 자나!'(9월15일까지, 코엑스아티움)라는 이름으로 재공연 중인 제작사 비오엠코리아의 최용석 대표는 "'돈트'라는 말이 어렵다고 판단해 원작자를 설득해 이름을 바꿨다"며 "작품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만큼 언제든 쉽고 멋스러운 어휘를 제목으로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개명을 통한 재기의 모색'은 뮤지컬이 실황 장르이기에 주어지는 기회다. 복제를 통한 대량생산방식이 아니기에 언제라도 진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잭 더 리퍼'의 제작사 엠뮤지컬컴퍼니의 김민향 홍보팀장은 "한 번 만들어 복제하고 나면 고칠 수 없는 영화 등 타 장르와는 달리 막을 올리는 장소·관객과 제작진의 문화·언어에 따라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는 게 무대가 갖는 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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