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으로 빚어낸 황혼의 하모니… "열정만은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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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골든에이지 합창 경연대회 가보니

지난 24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강당. 긴 치맛자락의 우아한 드레스와 깔끔한 양복 정장 차림을 한 노인들이 속속 모여든다. 저마다 팀끼리 맞춰 입은 옷이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좀처럼 쉬지 않고 종이를 꺼내 뚫어져라 보며 나지막이 노래를 읊조린다. 고령자가 많은 행사장이라 강당 밖에 임시 응급실도 설치했다.

이날 국립합창단이 주최하는 ‘2013 전국 골든에이지(Golden Age) 합창 경연대회’ 서울지역 예선이 열려 8개 참가팀이 경합을 벌였다.

원래 노인을 뜻하는 ‘실버(Sliver)’를 써 ‘실버 합창대회’라고 부르던 것을 올해 ‘골든에이지’로 바꿨단다.

개회사를 하러 단상 앞에 선 국립합창단 이상훈 예술감독이 “‘실버’는 어감이 안 좋아 ‘골드’로 했다”고 설명하니 객석에서 웃음이 빵 터진다. 이 감독이 “어르신들, 역시 은보다는 금이죠”라고 외치자 청중은 열띤 호응을 보냈다.

참가팀은 마포구 ‘우리마포합창단’과 ‘마포실버합창단’, 중랑구 ‘노블앙상블합창단’과 ‘라온제나합창단’, 서초구 ‘드림서포터즈 시니어합창단’, 강남구 ‘강남논현남성합창단’, 송파구 ‘은빛합창단’, 가톨릭 계열의 ‘오라시오합창단’이다. 단원은 모두 60세 이상이다. 참가곡은 민요 ‘아리랑’부터 가요 ‘아름다운 세상’과 팝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까지 무척 다양했다. 지휘자가 단원들의 자식 또는 손주뻘인 점만 빼곤 일반 합창단과 다를 게 없다.

한 팀 한 팀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객석에선 “어, 저기 우리 할아버지다!” 등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한 사회복지관 직원은 “어르신 힘내세요, 파이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공연장에 갖고 들어와 힘차게 흔들었다. 응원에 보답하듯 단원들은 저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한 곡 한 곡 열창했다. 공연을 마치고 객석에 돌아온 노인들은 손자·손녀가 건네는 꽃다발 세례를 받았다.

마포실버합창단
무엇이 황혼의 그들을 합창에 열광하게 할까. 강남논현남성합창단 박성춘(68·테너)씨는 “합창은 노년의 새로운 삶을 사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강남 한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0년 교직 생활을 마무리했다는 박씨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합창·서예·보디빌딩을 열심히 하기로 결심했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1등을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은빛합창단 홍필남(65·소프라노)씨는 “원래 음악을 좋아했지만 젊었을 때에는 직장 다니랴, 집안일 하랴 엄두를 못 냈다”고 아쉬워했다. 홍씨는 “노래를 부르면 가슴 속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한층 젊어진 느낌이 든다”며 “여러 목소리가 모여 만든 아름다운 화음이 널리 널리 퍼져 사회 전체를 더욱 밝고 건강하게 만들길 바란다”고 전했다.

합창대회 지역별 예선은 30일 인천·경기에 이어 8월6일 전북에서 막을 내린다. 국립합창단은 8월8일 예선 결과를 발표하고 10월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예선을 통과한 팀들을 모아 결선을 치른다.

국립합창단 관계자는 “합창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며 “어르신들이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 과정 자체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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