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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탈옥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 역사상 탈옥의 최고 달인은 프랑스 흉악범 프랑수아 외젠 비도크(1775∼1857)가 꼽힌다. 도박, 지폐위조, 절도, 살인 등 온갖 범죄의 전문가인 비도크는 감옥을 제 집인 양 드나들었다. 그러나 만기 출소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한번도 하기 힘든 탈옥을 20년 동안 무려 50여차례나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 건 인생역전이다. 비도크 노이로제에 걸린 경찰은 범죄 노하우를 수사에 접목하고자 그를 스카우트했다. 그는 파리수사국(쉬르테)을 창설해 15년 동안 2만여명을 감옥에 처넣었다. 범죄 수법을 꿰뚫고 있었으니 범죄자에겐 저승사자일 수밖에 없었다.

    탈옥왕은 일본에도 있었다. 시라토리 요시에는 1936년 살인 혐의로 수감 중 도주하는 등 모두 4차례 탈옥에 성공했다. “인간이 만든 감옥이니까요, 인간이 못 부술 게 없습니다.” 그가 남긴 이 말은 탈주범들의 교리가 됐다.

    감시자의 눈길을 따돌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탈옥에는 기상천외한 수가 총동원된다. 시라토리는 1944년 매일 쇠창살에 된장국을 부어 염분 성분에 의해 부식된 창살을 제거하고 3차 탈주에 성공했다. 1999년 프랑스 마르세유 레보메트 교도소에서 일어난 탈주극은 영화보다 극적이었다. 5명의 탈주범은 공범이 교도소 상공에 몰고 온 헬기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신창원과 최갑복의 기술도 외국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신창원은 절단한 쇠창살을 껌으로 붙여놓아 교도관을 속였다. 최갑복은 온몸에 피부연고를 발라 매끄럽게 만든 뒤 가로 45㎝, 세로 15㎝의 유치장 배식구를 뚫고 탈출했다. 탈옥은 천재성이 있는 죄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모양이다.

    리비아 벵가지 인근 알 쿠이피야 교도소에서 그제 1000여명의 죄수들이 집단 탈옥했다. 폭동을 일으켜 혼란해진 틈을 이용해 달아났다고 한다. 그들은 진정 완전한 자유를 얻은 걸까. 감옥에선 몸은 갇혀 있지만 불안감은 없다. 탈옥은 육신의 자유는 선물한다. 반면 쫓는 자의 눈길을 의식하며 불안 속에 지내야 한다. 또 다른 마음의 감옥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완전한 자유를 누리려면 죄를 짓지 않는 게 상책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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